
“크흐, 흐, 영감이 샘솟고 있건만! 소재가 너무나도 부족하군요……! 애석하게도…….”
「구르는 것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녹명
No. 0101 ✶ 붐볼(히스이)
외관 상 20 ▪ 202 cm ▪ 77.7 kg
방음
소리를 사용하는 기술의 효과를 전혀 받지 않는다.
스탯
체력 ✶
◆◆◇◇◇
힘 ✶
◆◆◆◇◇
민첩 ✶
◆◆◆◆◆
행운 ✶
◆◆◇◇◇
나무 합판 같은 누런색의 머리카락(이것을 과연 머리카락이라고 칭해도 좋은가?)과, 장작이 타고 남은 재처럼 어두운 피부가 대조된다. 머리칼에는 나뭇결 같은 게 보이며 니스를 칠한 듯 광택이 난다. 모양은 찰랑임 없이 거의 고정되어있고 끝부분은 목재에 일어난 거스러미처럼 삐죽거린다.
붐볼의 화난 표정이 그려진 천이 얼굴을 가리도록 드리워져있다.
움직임에 따라 천이 흔들리면 코와 입까지는 보이지만, 눈은 도통 볼 수 없다.
행색은 위쪽 단추를 두어 개 풀어놓은 연회색 셔츠와, 딱 붙지 않고 여유가 조금 있는 검은 바지. 그 위에 소매 통이 넓은 잿빛 외투를 대충 걸치고 다닌다. 입었다, 기보다는 팔에 걸고 다니는 꼴에 가까워서 어깨에 제대로 걸쳐져있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손과 발 부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손가락과 발가락의 마디와 관절이 나뉘어있는 게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손목과 발목 부분도 그렇다.)
양 발의 뒤꿈치 부근(발바닥 쪽)에 구멍이 뚫려 있다.


성격──
이하는 열화가 일어난 이후 여러분이 봐왔을 그의 면모들이다.
[괴짜]
시종일관,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웃음을 흘리거나, 의식의 흐름대로 엉뚱한 소리를 지껄인다거나…도통 종잡을 수 없는 자다. 화제가 이리저리 널을 뛰는 듯해보이는 건 예삿일이다.
[음침한]
구석을 차지한 채로 얼룩처럼 존재하는 일이 자주 있다. 상쾌한 사고나 행동은 제 능력 밖이라는 양 기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블랙 조크를 주워섬길 때도 있고…
웃는 모습 자체는 자주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명랑하다'는 뜻은 아니다.
[집중력이 강한]
언뜻 산만해보이기만 하는 그이지만 강한 집중력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
뭔가를 만들고 있을 때라든가, (제 나름으로) 아주 중요한 것을 생각한다거나…그런 때에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통 없을 정도.
[겉과 속이 다른]
얼굴을 가린 천에 그려진 것이 화난 얼굴인 데 반해, 천이 펄럭일 적마다 보이는 입은 웃는 모양이었다.
"……크흐…이것 말씀입니까……이런 표정으로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잘 방해받지 않으니까요… 흐흐흐…."
항상 웃는 표정이지만, 표정과 실제 감정 상태가 다른 경우도 있다.
[이타적인]
막무가내 마이페이스라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의외로 선선하다…고 해야 할지.
주변인(주로 탐험대 동료)들에게는 스스럼없이 잘 베풀며, 나름 배려같은 것도 해준다.
자신의 부상보다는 타인의 부상을 더 신경쓰는 습관이 있다.
……
암전이 세상을 뒤덮고 있었을 때도 그는 당연히 탐험대의 동료인 ‘녹명’ 이었으나…몸에 저장된 전기가 별로 없는 상태인 시간(90%…보다 비율이 높았을 것이다)에 는 매우 울적하고 감정표현과 말수가 적은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가도 소재나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따금 작품활동을 하면서, ‘예술가’ 인 자신을 놓지 않으려 들었다.
몸을 질질 끌듯 움직이면서도 해야 할 일은 빠트리지 않고 해왔다. ‘빛’ 을 상징하는 배지를 지닌 자로서.
기타사항──
직업(이었던 것.)은 규토리 공예가.
‘규토리 열매’ 의 속을 비워내고 깎아서 안쪽에 장식을 배치하는 조그맣고 섬세한 공예품을 주로 만드는 장인이었다. 그가 살던 곳에서는 뼈대있는 전통 예술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특정한 재료를 새기거나 조각해서 예술품을 만드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다.
부업(이었던 것.)은 음료 제조.
규토리 열매의 속부분으로 음료를 만드는 것을 했었…지만 무기한 휴업 상태다.
음료의 재료가 될 만한 식재를 구하면, 주방으로 가져가서 냅다 갈아버리고 싶어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소소한 ‘부업’ 이자 즐거움이었는데 말입니다……크, 흐…. ‘열매를 씹어넘길 힘조차도 없어’ ……라고 한 마디만 하시면, 곧바로 열매 주스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저의 속도를 걸고 신속하게……!”
좋아하는 것은 뭔가를 만들며 집중하는 순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행동, 폭발(폭발은 예술이다!), 원예, 광합성.
싫어하는 것은 집중을 방해받는 것, 고온, 저온, 독.
음식은… 입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대체로 가리지 않지만, 키에 비해선 매우 적게 먹는다.
그마저도 식탐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방음' 특성 때문인지 너무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하거나, 이름을 불렸을 때도 어느 정도 큰 소리가 아니라면 반응이 늦는 감이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아예 귀에 대고 얘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긴 하나, 필담도 괜찮은 방법이다.
귀를 닫으면 큰 소리도 듣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 혼자서 집중하고 싶을 때에나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몸을 두드려보면 팔다리 같은 부분은 딱, 딱, 딱…….
반질반질한 목재를 때릴 때 같은 소리가 난다.
관절 부위를 보고 있자면 목각인형같아 보이지만 큰 삐걱거림 없이 잘 움직이는 편이어서 기묘하다.
발바닥에 난 구멍은 공격용 씨앗이 튀어나오는 배출구.
‘씨앗’ 과 관련된 기술을 사용하던 시기에는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예를들면 씨뿌리기라든지, 고민씨라든지. 그런 것들.)
먼지가 들어가서 귀찮기나 할 뿐이지. 필요할 때는 발을 천으로 싸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맨발으로 보낸다.
그와 가까이 있다 보면, 청각이 좋은 이에게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할 것이다…
마치 곧 폭발할 것만 같은 소리?
몸통 내부의 발전 및 축전기관이 체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보통은 광합성으로 전기를 생산하지만 음식 섭취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덧붙이자면 축적된 전기가 충분할 때는 기분이 좋다가 전기 보유량이 떨어질수록 텐션이 급격히 하락한다.
열화 현상이 일어난 이후로 광합성이 ‘가능해지긴’ 해서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 같지만, 너무 뜨겁기 때문에 빛을 오래 받으려 하진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눈에 띄게 울적해진다.
통각이 유난히 둔하다.
굴러다니다가 충돌하거나 기술의 반동으로 나가떨어져도, 아프고 힘든 티를 거의 내지 않는다.
상처가 나면 목재에 금이 갔다가 스스로 아물어 붙듯, 완전히 회복되고 나면 부상 흔적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절상이나 타박상은 괘념치 않으나 화상, 동상은 질색한다.
흉부~복부에 이르는 부분의 내부에 발전/축전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부위만큼은 큰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 신경을 기울인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감싸는 곳이다.
분명 몸은 전체적으로 길쭉길쭉한데도 몸을 말고서 이리저리 데굴데굴, 잘도 굴러다닌다.
하지만 먼지가 쉽게 일어나는 환경 상, 바깥에서는 기술 ‘구르기’ 를 사용할 때에나 보게 되는 모습이다.
규토리 케이스를 애지중지하여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안에 들어있는 규토리의 갯수는 고작해야 한 손으로 꼽을 정도. 껍데기만 있고 속은 빈 상태다.
소중한 재료다 보니 손상될까 봐 항상 ‘자신이 생각했을 때 안전하다 싶은’ 곳에 놓아두고 있다고.
꿀단지라도 숨겨놨나, 싶어 따라가보면 규토리 껍데기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있는 식이다. 딱히 비밀조차도 아닌가 보다…
케이스 안에는 끈으로 묶인 작은 천 주머니도 함께 들어있는데, 주머니 안에 있는 건 바짝 말라버린 규토리 나무의 씨앗들이다.
과연 언젠가 자랄 수 있을지.
-탐험대에 합류한 계기.
스스로 얼굴을 가리고 살던 이라고 해도, 암전이 반가웠을 턱은 없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대체 뭘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은 그의 나이가 불혹不惑(마흔 살) 가량에 이르렀을 때 끝없는 암흑에 잠겨버렸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혹할 수도 없게 됐다. 통증에 둔한 몸을 이리저리 부딪혀가며 어찌어찌 버텼다.
몸 속의 전기가 바닥을 보여도, 추위에 몸뚱이가 굳어버릴 것만 같아도, 만들고 싶은 것이 계속, 계속 떠오르는 한은 살아남아야 했다. 예술가란 그런 종자이므로.
암전이 시작된 후 그는 고향 땅을 떠나, 정처없이 걸었고, 뜀박질했으며 때로는 굴러갔다.
이 곳이나 저 곳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니 굳이 멈춰있을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이 공예가임을 증명하는 도구함, 덜걱덜걱 흔들리는 동그란 껍데기들과 씨앗 한 줌이 든 케이스. 작은 상자 두 개를 저의 목숨줄인 것마냥 꽉 안고서, 괴로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분을 토할 권리는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자꾸만 웃어대는 사내.
기분은 바닥을 찍다 못해 파고들어간 지 오래였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기질의 몸뚱이는 어떻게든 버텨 주었다. 그 이름, ‘시리우스’ 가 세상에 나타날 때까지.
아아, 마침내, 이제서야. 자신이 있을 곳이 그 ‘빛’의 곁 말고 달리 있겠는가?
마음은 여전히 울적하였으나 어둠뿐이던 세상에 희망이 피어났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볼 수 있고, 다른 이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머나먼 땅으로부터 온 검은빛 사내는 오직 웃음밖에 지을 수 없는 얼굴을 움직여, 탐험대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초대 단장을 아는 자이며, 퍼져나가는 빛의 시작을 목격한 자이기도 하다.
어둠을 밝히는 빛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기 위하여 눈을 가리지 않은 채 그로부터 수십 년을 지내다가, 열화가 찾아온 이후로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빛살을 가리려 새로이 천을 덮어썼다.
여담으로 탐험대의 시작일을 자신이 상수上壽(백 살)가 된 날으로 쳤다.
관계──
크림힐트 ✶ 크림힐트의 싫은소리, 녹명의 방음!
암전 시기에는 울적함에 잠겨 조용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녹명인지라, 크림힐트와 잔잔한 한때를 공유하며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곤 했지만... 열화 현상의 강렬한 빛 때문에 광합성 발전이 가능해지고-그 이후로 확연히 녹명의 텐션이 올라가 부쩍 시끄러워지자, 크림힐트 쪽에서 그의 열정적 모습에 기가 빨려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말로는 미운 소리를 해도 탐험대의 동료로서는 신뢰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녹명은 그리 괘념치 않는 듯하다...혹은 단순히 '귀를 닫고' 있는 것뿐일지도. 아무튼 크림힐트는 녹명에게 있어 소중한 예술가 동지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제야 ✶ 시리우스의 대선배들
서로 30년 가까운 시간을 봐온 탐험대원 동료...이자 친구.
무모한 방식을 고집하며 상처를 달고 들어오기 일쑤인 제야를 보고 회복 물품을 챙겨주곤 했지만 도통 제때 치료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턱턱 건네주곤 했으니, 원.
분명 동료로서 지낸 시간은 긴데도, 제야를 굳게 신뢰하느냐? 물으면 녹명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을 것이다.
열화 이후로 말수가 늘어나게 되자 녹명의 일과에 포함된 행동은... '제야에게 수십 년 분량의 걱정과 잔소리를 건네는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꽤 활발해진 듯한 동료를 기꺼워하던 제야조차도 잔소리가 길어지면 도망치고 싶어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지금은 제야가 '무조건 록보다는 오래 살다 죽겠다.' 호언장담을 한 탓에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 다. 아마도.
오비스 플 ✶ 시리우스 탐험대 공방, 잠시 휴식 중
암전 시기의 녹명은 탐험을 다녀온 플이 해주는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듣는 걸 꽤 좋아했다.
공예가와 의복 수선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역시 내적 친밀감에 영향을 주었을까? 열화가 일어나고, 말수가 많아진 이후에는 기꺼이 플의 대화 상대도 되어 주고 있다.
두 명이 함께 조금씩 광합성을 하거나...기지 안에서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을 테다. 종종 할아버지와 손주처럼 보이기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