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그럼, 이 태양님께서 곁에 있지 않은가.”

「잿더미 광신」

아텐

No. 0637 ✶ 불카모스

불명 ▪ 193 cm ▪ 70 kg

불꽃몸

접촉한 상대에게 화상을 입힐 때가 있다.

​스탯

체력 ✶ 

◆◆◇◇◇

    힘 ✶ 

◆◆◆◆◇

민첩 ✶ 

◆◆◆◆◇

행운 ✶ 

◆◆◇◇◇

희고 검은, 풍성한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올렸다. 항상 웃음기 띤 얼굴을 하고 있지만 온후한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날카로운 눈매와 빛 없는 눈동자 탓인지, 되려 꺼림칙할 정도로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머리 위 한 쌍의 붉은 뿔은 늘 은은한 열과 빛을 내고 있다. 열화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그 열기로 그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품이 큰 의복과 날개로 부풀려진 실루엣에 비해 천 아래로 드러나는 체형은 꽤나 가늘다. 시리우스를 상징하는 배지는 눈에 띄는 가슴 중앙 로브에 달고 있으며, 뿔을 휘감은 끈 장식과 손가락의 반지들 같은 금빛 장신구가 눈에 띈다. 제법 외관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임에도, 늘어뜨린 6장의 날개만큼은 끄트머리가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너덜거린다.

성격──

 #천광지귀  #오만  #권위적 

굽힐 줄 모르고 꼿꼿하게 편 허리, 세상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 온 머릿속을 뒤져도 겸손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을 듯한 인간상이다. 찬사를 들으면 그것이 응당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양 만족스러워하나, 조금만 날선 평가가 닿아도 못 들을 말이라도 되는 것마냥 미간을 좁힌다. 그러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입꼬리를 올리며 멋대로 말을 비틀어 꼬고는 한 귀로 흘리는 것이다. 그래, 그런 비난 또한 이 이름을 내건 자가 감내할 일이 아니겠는가…. 마치 신이라도 되는 듯이 떠받들어지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신을 맹신하듯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용할 것을 종용한다. 제 말을 듣지 않으면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의아하게 여긴다. 이 나를 어째서 믿지 않는 것이냐, 하고.


 #화천대유  #헌신  #박애 

그리 자기중심적인 인물임에도 아텐이 지금껏 탐험대의 일원으로서 자리할 수 있던 이유는 명료하다. 그 모든 행동의 이유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머리꼭대기에 앉아 이래라, 저래라 명령이나 내리며 손발 까딱 않는 부류와는 한참 멀다 할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타인을 구제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든다. 분명 저를 칭송하는 말들에 껌뻑 넘어가 영웅 행세를 하는 것뿐이리라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꼭 그렇다 단언할 수는 없다. 아텐은 자신을 떠받드는 자든, 툭하면 비난을 쏟아붓는 자든 가릴 것 없이 공평하게 손을 내미는 인물이었으므로. 그가 종종 입에 올리던 말이 뒷받침한다. 태양은 사람을 가려 비추는 존재가 아니지 않았던가.


 #희휘랑요  #사명감  #불변 

허나 아텐의 손에 삶을 부지한 이가 적지 않음에도 그를 마냥 영웅처럼 추대할 수 없는 것은,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탓이다. 그저 순수하게 이타심과 정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 하기에는 과하게 권위적이다. 그렇다 하여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 하기에는 과하게 헌신적이다. 그러니 일부는, 마치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인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태어난 순간부터 불꽃을 쥐어짜내어 어둠을 밝히는 것이 정해진 사명이었던 것처럼. 이 땅에 암흑 대신 작열하는 광채가 깔린 지금도 다를 것이 없다. 그는 여전히 변치 않고 빛을 전하려 든다. 설령 세상이 더 이상 빛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타사항──

# 홀연히 나타난 빛

그가 시리우스 기지 근방에 나타난 것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나이도 기껏해야 이십 대쯤인 것 같은 앳된 얼굴의 불카모스가, 예고 없이 스무 명 남짓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나서는 말했더란다. 이들에게 빛이라는 이름의 구원을 선물해주지 않겠냐고. 대신, 나의 빛이라면 분명 수없이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 테니 협력하겠다 덧붙였단다. 요컨대, 시리우스의 일원으로서 활약해줄 테니 이 사람들을 받아달라는 이야기다. 제안 자체는 암전으로 삭막한 세계에서 제법 합당하게 들릴 법도 했으나, 문제는 거절할 이유 없이 당연히 수락할 것이라는 듯 구는 오만방자한 태도. 뒤에서 이런저런 말이 떠돌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탐험대원으로서 활약할 만한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으니 얼마 가지 않아 정식 합류하게 됐다.


# 암전된 하늘의 태양님

아텐을 따라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태양님이라고 불렀다. 말만 그리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신으로 받들어 모시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빛이 이 어두운 세계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이며, 그를 믿으면 언젠가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세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허나 아텐이 가진 빛은 다른 인간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온 하늘을 밝히기에는 터무니없이 미약하며,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하고 픽 꺼져버리고 마는 것. 어째서 그를 따르느냐 물어도 그분의 빛이 저희의 희망이니까요, 같은 말만 돌아온다. 그런 실정이니 일부 주민들은 아텐과 그의 추종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웬 불카모스 하나가 정신 나간 놈들을 잔뜩 데리고 왔어…. 무리도 아닌 평가였으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추락한 일광

104일 전, 열화가 시작된 당일. 갑작스레 내려진 빛에 환호하던 이들 중에는 아텐의 추종자들도 있었다. 태양님이 내리신 빛이라며 그를 치켜세우고, 이것이 태양님께서 선사하신 구원이라며 내리쬐는 빛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구원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암전 시기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파멸인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으니, 암만 그를 광적으로 따르는 자라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마련이었다. 간절한 믿음의 부서짐은 더욱 큰 배신감으로 변한다. 아텐을 맹신하며 태양의 빛을 바라던 이들은, 되려 이 작열하는 빛을 그가 내린 저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에 이르러 그를 여전히 태양님이라 칭하는 이는 없다시피하다.

아텐 본인은 과거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아무리 돌을 던져대도 덤덤히 대꾸했으나,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것이 깨졌으니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면 될 테지…. 속내가 어떨지는 모를 일이다.


# 그 밖의 이야기

무엇을 쥐여주어도 이 나에게 바치는 물건이냐며 웃어대는 통에 호불호를 파악하기 영 어렵지만, 일단은 제 ‘태양님’이라는 칭호에 어울릴 만한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반짝이는 장신구라든지. 식음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신체에 독이 되지 않고 제 컨디션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족하단다.

그렇잖아도 바삐 움직이는 편에 속했는데, 열화 이후부터는 더더욱 쉴 틈도 없이 의뢰를 수행 중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불꽃으로 되었을 날개가 작열하는 빛에 타 끝이 닳아버리는 모순을 일으킬 지경으로. 별다른 의뢰가 없는 날에는 종종 홀로 탐험을 강행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정말로 태양빛을 본 적이 있느냐 물으면, 웃음을 머금은 채 반문한다. 그럼, 이 내가 햇살을 마주한 적 없을 것 같으냐. 암전이 시작되기 이전을 기억할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걸까?

관계──

플러렛  잿더미 곁에서 피어나는 벚꽃

  열화 이전, 부상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방문하던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아텐을 뒤따르던 이들이 일으킨 소란을 못마땅한 듯 노려보고 있는 아이였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인 채 원망과 우울에 찬 눈을 하고 있기에 마음에 밟혔던 것인지, 제 빛이라면 저 꽃잎을 피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인지 선뜻 다가갔다. 활짝 피었을 때의 모습과 꼭 닮을 터인 머리끈을 쥐여주며 속삭였다. 기다리거라, 반드시 네게도 빛을 선물해줄 테니. 그때는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바라봤지만….

빛이 쏟아지기 시작한 후, 전례없이 강렬한 빛을 흠뻑 머금고 개화하여 돌아온 플러렛은 손을 꼭 붙들고 말했다. 태양님, 태양님이 제게 약속했던 빛을 선물해주신 거죠. 이 빛이 자신을 위한 태양님의 선물이라 철석같이 믿은 그는 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텐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아텐을 따라 시리우스의 일원으로도 가입했단다.

열화로부터 석 달 하고도 절반,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아텐을 ‘태양님’이라 부르며 진심으로 매료되어 따르는 자는 플러렛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그 때문인지 아텐도 유독 그에게 너그러운 것 같다. 여전히 빛을 선물해주고 싶은 것일까.


램버트  태양과 등불

  암전 시기, 탐험대 내에서 광원을 든 선도자라는 비슷한 포지션 탓에 아텐이 일방적으로 램버트를 신경쓰고 견제하곤 했다. 라이벌 의식이 아텐에게 나름의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구출 의뢰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기묘한 선순환 작용을 하기도 했으나….

열화 이후, 램버트는 더는 사람들을 빛으로 이끌 수 없게 되었다. 아텐은 자신의 빛을 따르던 사람들이 되려 등을 돌리고 말았다. 둘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나름의 동질감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서로 조금은 신경써주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램버트가 아텐을 볼 때마다 사탕이나 주전부리를 손에 쥐여주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동정하지 말라고 받아치기는 하는데, 싫지는 않은 것 같다.


프로젝트  황혼의 편린

  온전한 암흑이 아니던 시절의 '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자가, 과거의 햇살을 마주한 적 있다 말하는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 수 년간, 낮과 밤이 존재하던 시절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아텐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말하는 밤낮을. 프로젝트가 지금껏 전해 들어온 태양과 달에 대한 것들을.

  아텐이 이야기하는 과거는, 어쩐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을 듣는 듯 두루뭉술한 것들뿐이지만…. 낮이라 부르기도 힘든 열화만이 계속되는 지금, 밤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면 그런 이야기나마 흥미를 품어도 괜찮지 않을까.

X@END_W1TH_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