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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을 믿는 게 아닙니다.”

「잔영의 매개」

발타자르

No. 0369 ✶ 시라칸

불명 ▪ 179 cm ▪ 60 kg

쓱쓱

비가 올 때 스피드가 올라간다.

​스탯

체력 ✶ 

◆◇◇◇◇

    힘 ✶ 

◆◆◇◇◇

민첩 ✶ 

◆◆◆◆◆

행운 ✶ 

◆◆◆◆◇

헤어스타일

 길고 하얀 곱슬머리를 늘어뜨려 놓았다. 늘 물에 젖기라도 한 것처럼 넘실거리지만 평소에는 옷에 가려져 옆머리를 제외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머릿결이 나쁘지는 않으나, 육지의 상황이 영 좋지만은 않기에 잘 관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장

 민소매 원피스에는 옆트임이 있어 다리를 들고 내리기 자유롭다. 겉에 걸친 옷은 처음부터 본인의 신체 일부였던 것마냥 쓰고 다닌다. 총평, 육지에서 활동하기 편한 복장.

 잘 갖춰입은 겉모습과는 달리 별도의 신발을 신지 않았다. 그쪽이 더 편하다는 듯하다. 


그 외…

 눈을 감고 있으나 딱히 감추는 것은 아니다. 눈을 오랫동안 크게 뜨고 있으면 건조하기에 어쩔 수 없이 최소한으로 뜨고 살아간다고 한다. 과연 바닷속에서 살아오던 시라칸답다.

 발의 형태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 다리에는 지느러미가, 양 얼굴 옆에는 아가미가 나 있다. 예전에는 아가미로 호흡하는 것이 익숙했으나 현재에 이르러선 물에 머리를 담글 일이 잘 없어 폐로 숨을 쉬는 것에 익숙해졌다.

 보는 사람 기준 오른쪽 팔에 붉은 점이 있다.

 짙은 색의 피부에는 생기가 돌지 않아 가만히 있으면 마치 미라 같은 인상을 주곤 한다. 어쩌면 미라야말로 시라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방부 처리를 통해 불변하는 신체를 갖게 된 미라와 불변의 종족으로 유명한 시라칸 사이에는 분명한 교집합이 있기에. 워낙 생기 없고 칙칙한 모습인 탓에 육지 사람들 기준으로 미인이라 할 수 있을 법한 얼굴을 가졌음에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성격──

굳건한신념, 지키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이 무척이나 확고하다. 그 신념이라 함은 사람들을 열화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것. 발타자르는 이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육지는 많은 생명이 사라져 버린 죽음의 땅에 불과하지만, 그다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은 없었다. 가끔은 그 모습이 맹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달려들어 구해내고 나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물어도 희미한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예리함, 은근히 날이 섰지만 너그러운

 오랜 육지 생활로 인해 몸이 쇠약해진 탓이다. 병약한 사람들은 으레 예민하게 굴곤 하니까. 아무리 주변에서 생명체로서 완성된 종족이니 뭐니 떠들어 대도 결국 발타자르 또한 사람이기에, 갈수록 날 선 태도로 굴게 되는 자신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같이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티가 나진 않는데, 이는 시라칸이라는 종족 특유의 높은 역치 덕분일 것이다. 제아무리 예민하게 굴어봤자 남들에 비해 너그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불굴의마음, 포기하지 않는

 아무리 신체가 쇠약해졌다 해도,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온다 해도 신념을 꺾지 않는다. 설령 그 과정에서 자신을 불사르게 되더라도 지키기 위한 마음만은 여전할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로 망설이지 않을 테니까. 절대로 그 손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절대로…… 어쩌면 발타자르는 이 모든 행위의 주체가 된 누군가를 타인에게 멋대로 투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탐험대에 있는 한 모두의 손을 잡은 채 놓지 않는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게 되더라도, 몇 번의 거절을 당하더라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과연 불변의 종족답다.


부유, 소속되지 않은 듯한….

 그렇게나 모두를 지키려 들고, 모두의 손을 잡으려 드는 발타자르지만 정작 본인은 소속감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발타자르가 엄연한 시리우스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뱃지를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일부러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들지 않았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할 테다. 내 목숨 하나 부지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지키려 한다는 것은 곧 불구덩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했으므로… 자신의 삶에 크게 미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달리 말하자면 미련이 없기에 이타적인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발타자르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겁한 방식이다. 타인에게 이별의 고통을 겪게 하기 싫었고, 또 자신이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면 볼썽사납게도 미련을 가질 것 같았다. 미련을 가진 사람은 이기적이게 된다. … 적어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자신은 그래선 안 되었다. 자세한 사정은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현재의 발타자르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처럼 묘하게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기타사항──

개인 이력서

생일: 불명

좋아하는 것: 바다, 물, 별이 잘 보이는 밤하늘

싫어하는 것: 끝없는 열화와 지키지 못하는 것, 폐로 숨 쉬기

취미와 특기: 점 보기, 비바라기, 조언…

말투: 딱딱한 존칭

탐험 경력: 입단 전 경력 30년 이상, 입단 후 경력 76일

버릇: 불안할 때마다 점을 볼 때 쓰는 막대기를 만지작거린다.


길고 긴 기억과 시라칸의 이야기

 발타자르의 종족, 시라칸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곧 선조들의 방대한 기억을 거의 대부분 물려받는다는 뜻이었다. 개별 주체에 대한 경계가 희미하기에, 가족과 같은 개념도 어지간해선 존재하지 않는다. 윤회? 환생? 전부 그들의 이치를 설명하기엔 모호하다. 깊은 심해의 방랑자였던 시라칸들이 언제 어디서 태어나는지, 육신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어떠한 원리로 ‘다음’을 살아가는지, 시조 격인 시라칸이 총 몇 명이었는지, 현대의 시라칸들이 어떤 사회를 형성하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말라붙은 바다로부터 벗어나 육지에 터를 잡은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행방불명 상태이기에 질문에 답해줄 사람도 현재에 이르러선 거의 남지 않았다. 베일에 휩싸인 진실을 들춰보고자 했던 자들도 분명 존재했지만, 아주 많은 생명이 소실되는 과정을 거쳐 본인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시점이 되어버렸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발타자르의 기억에는 어딘가 모순이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있던 일을 회상하면서도 어린 시절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몇 살 때의 일이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한다. 젊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몇 년이나 살았는지 본인조차 모른다. 선조들의 기억이 뒤섞인 탓에 생일이 언제였는지도 잊어버렸다. 여러 제약과 사명을 안고 살아가는 발타자르였지만 그다지 불행하진 않았다. 그들에게 부모란 겉치레에 불과한 단어일 뿐이었기에.

 심해의 잔영들에게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발타자르가 특출나게 긍정적이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상식이 통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타고나길 이타적이다. 생명체로서 완성되었다는 어떤 전문가의 설명을 긍정하기라도 하듯 느닷없이 심해에서 튀어나와 사람들을 돕고 홀연히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들의 선한 품성과 대가 없는 자비는 마치 ‘완성된 생명체‘로서의 오만처럼 보이기도 했고, 묘한 권태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다음을 믿고 한 번의 삶에서 수도 없이 많은 자비를 베푸는 걸지도 모른다. 그 기묘한 믿음은 현재까지 줄곧 이어져 내려왔기에, 결론적으로는 끝없는 이타심을 만들어냈다.


육지에서의 삶

 발타자르는 열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육지에서 살아온 소수의 시라칸 중 한 명이다. 두 자매를 따라 지상에 올라와 선조들의 기억을 토대로 꽤나 오랜 시간을 지냈다. 익숙하지 않은 육지에서의 삶이 어렵진 않았다. 몇 번의 행운과 선조의 지혜를 이용하여 어디서든 현자 내지 지식인의 위치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발타자르가 살아온 방식. 어디서든 연장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발타자르의 곁에는 늘 두 자매가 함께했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단 둘뿐인 존재들.


세 현자?

 멜키오르, 발타자르, 캐스퍼. 암전이 시작된 후 일찍이 육지로 올라와 육지의 토착민들과 고향의 지혜를 나누던 세 자매. 그들 이전에도 몇몇 선조들이 육지와의 교류를 해왔지만, 번번이 고향을 잊지 못해 다시금 바다 깊숙한 곳으로 돌아오곤 했다는 설은 나름 유명하다. 반면 이 세 명의 시라칸은 아예 육지에 터를 잡았다. 정작 발타자르는 고향에서 벗어날 생각이 그다지 없었으나… 결국 육지의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했던 멜키오르와 캐스퍼의 뜻에 따르게 되었다. 처음엔 불평했지만 자매들과 함께하는 길이었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되려 열화가 시작되어 바다가 말라버린 현재의 시점에선 그 둘이 옳았다는 사실만 여실히 보일 뿐이었다.

 멜키오르와 캐스퍼는 점을 볼 줄 알았다. 멜키오르는 과거, 한 사람의 시작에 대한 점을 쳤다. 캐스퍼는 반대로 미래, 끝에 대한 점을 쳤다. 발타자르는 그 사이에서 둘의 점괘를 해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셋이서 함께하는 특이한 구조의 점은 에스퍼 타입이 아님에도 신기하리만치 잘 맞아떨어졌기에, 사람들에게 있어 세 현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모종의 사유로 두 자매와 동행하지 않게 된 현재는 발타자르가 혼자서 점을 두 번 보고 해석하다 보니, 셋이서 함께하던 시절의 적중률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시리우스의 발타자르

 자매들과 떨어진 후, 발타자르는 얼마간 혼자 떠돌다 탐험대 입단 제의를 받고 시리우스의 일원이 되었다. 세 현자 중 한 명만 탐험대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하며 묻는 이도 있었으나 밝히기를 거부하며 함구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발타자르의 탐험대 입단 사유는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는 불명. 그러나, 탐험대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탐험대 내에서 맡고 있는 포지션은 명백한 연장자. 선조들의 길고 긴 기억을 통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거나 가장 먼저 앞에 나서 열화로부터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게 비바라기를 써 주기도 한다. 어느샌가 발타자르는, 탐험대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육지에서의 시라칸, 쇠약해지는 신체

 생명체로서 완성되었다는 어떤 전문가의 주장이 무색하게도, 발타자르는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근본이 바다에 있는 자가 바다를 떠나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육지로 올라온 지 오랜 세월이 지나서 이젠 아가미로 숨을 쉬는 것이 훨씬 낯설고, 발에 달린 물갈퀴가 점차 떨어져 나가고 있음에도, 끝내 적응하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가미와 물갈퀴의 용도가 퇴색되었다 해도 끝끝내 기관의 퇴화라는 최종 과정에는 미칠 수 없었다.

 발타자르는 스스로 육지에 적응하기를 거부했다. 과연 불변의 종족이라는 이명답다. 약해진 신체 탓에 피부에는 생기가 사라진 지 오래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잔병치레 또한 제법 잦아졌다. 워낙 장수하는 종족이다 보니 그래봤자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선 오래 살아갈 테지만, 불편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때 무지막지한 위력을 자랑하던 하이드로펌프는 비상시에 사용하는 공격 기술쯤으로 남았고, 상대를 성가시게 하던 탁류는 슬쩍 떠밀리게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대신 특유의 민첩함은 그대로다 보니, 현재는 탐험을 나갈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서 일행의 앞길에 잠깐의 단비를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관계──

케페우스  별과 바다, 공허와 현자

  거센 열화 속 잠깐의 단비를 내려준 것을 계기로, 둘은 서로의 신념을 엿보았다. 별을 바라보는 공허는 오랜 세월을 거쳐온 불굴의 마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바다에서 온 현자는 종종 비바라기와 함께 찾아와 옛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일방적인 동경과 이야기 사이에서 언젠가는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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